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하루
안개는 덮는 것이 아니라
급한 마음을 늦춘다
사람이 세상을 재단하려는 속도를
자연은 이렇게 멈춰 세운다
웅장함이 위로가 되는 순간
웅장한 풍경 앞에서 마음이 먼저 조용해진 적이 있나요?

나는 이곳에서
멀리 보지 못해도 괜찮아지고
선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아진다

오늘의 원가계는
정답을 가르치지 않는 산이고
나는 그 앞에서
그냥 존재해도 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거대한 풍경 앞에서
작아지는 대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된다

웅장함이 위로가 되는 순간
눈 내린 칠성산 앞에서
나는 작아지지만
이상하게도 불안하지 않다
거대한 산은
나를 판단하지 않고
묻지도 않는다

그저
오래 서 있었던 존재만이 가진
묵직한 온기로
사람 하나를 받아줄 뿐

눈은 차갑지만
그 위에 덮인 침묵은
이상하리만큼 따뜻해
말 못 한 마음까지 눌러 덮어준다

웅장함이란
압도하는 힘이 아니라
아무 말 없이
기댈 자리를 내어주는 것임을
이 산은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거대한 풍경 앞에서
작아지는 대신
조용히
안아지는 법을 배운다

하늘이
천천히 숨을 고르며
원가계 위에 하얗게 말을 걸어왔다
수천 개의 봉우리들은
그 말에 귀 기울인 채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고 서 있다
눈은 차갑게 내렸으나
산은 그것을
가장 따뜻한 방식으로 받아 안는다

칼처럼 솟은 바위마저
오늘만큼은
모서리를 내려놓고
포근한 침묵이 된다

사람의 언어가 닿지 않는 곳에서
자연은 이렇게 말한다
“강함이란
부드러움을 품을 수 있을 때 완성된다”고

눈은 덮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재운다
수만 년의 시간 위에
하얀 이불을 덮어
산을 잠시 쉬게 한다

그 앞에 선 나는
작아지면서도 두려움이 없고
웅장함 속에서
이상하리만큼
안아지는 기분을 배운다

오늘, 원가계는
하늘의 품에 안긴 산이고
나는 그 품 안에서
말없이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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