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백으로 남은 풍광 컬러로 남은시간
함께였기에 웃음이 났던, 장가계의 또 다른 하루들
무한공항에 도착한 뒤
우리는 형주 고성을 지나 만복온천으로 향했다.
야외에만 90여 개가 넘는 온천탕이
각기 다른 모양과 분위기로 펼쳐져 있는 곳이었다.
가까운 탕들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결국 우리는 조금 멀리 떨어진 온천탕을 선택했다.
물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나올 때가 문제였다.
락커까지 돌아오는 그 짧지 않은 길이
유난히도 차갑고 길게 느껴졌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몸은 덜덜 떨리는데 웃음은 멈추질 않았다.
춥다고, 힘들다고 투덜대면서도
결국 웃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함께였기 때문이다.
그날 밤은

핫스프링월드 리조트에서 묵었다.
온천의 여운이 남은 채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분은 생각보다 포근했다.
다음 날,

우리는 천자산 케이블카를 타고 등정했다.


처음 마주한 천자산에는 눈이 내려
말 그대로 다른 세상 같았다.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와…”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연신 사진을 찍었는데
이상하게도 화면이 온통 흑백 같았다.

순간, 내 휴대폰 설정이 잘못된 줄 알고
옆 사람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이거 왜 흑백으로 나와?” 하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한마디였다.

“아니… 여기가 원래 흑백이야.”
그 말에 모두 한 번 더 웃었다.
날씨가 흐리고 눈이 내려
산 전체가 먹으로 그린 수묵화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날 천자산은
컬러보다 훨씬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원가계로 이동해

미혼대, 후화원 등을 둘러보고
십리화랑을 천천히 걸었다.
말이 많지 않아도
풍경 사이를 함께 걷는 그 시간이 좋았다.

숙소는
베스트웨스턴 그랜드 호텔.
여행의 피로를 내려놓기엔 충분한 하루였다.
기대하던 천문산 케이블카.
하지만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천문동의 999계단은 오르지 못했다.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세어보니 도합 23번쯤 탄 것 같다.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마저도 이 여행의 일부가 되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함께라면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이번 여행이 다시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장가계의 풍경은 분명 웅장했지만
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든 건
눈 내리던 산도, 끝없이 이어진 계단도 아닌
그 순간들을 함께 견뎌주고 웃어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여행은
사진보다 마음에 오래 남는다

여행은 결국
어디를 갔느냐보다
누구와 그 시간을 건넜느냐로 남는다.
추웠던 온천 길도,
눈으로 막힌 계단도,
흑백처럼 보이던 산도
지금 떠올려보면 모두 웃음의 장면이다.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여행.
그래서 이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흐려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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